제목 28회 수상자 사진작가 배병우 인터뷰기사
이름 관리자
날짜 2016/11/02 10:47:46 조회 664

사진가 배병우(66)의 파주 헤이리 작업실 뒤뜰엔 울긋불긋 가을옷 갈아입은 나무가 가득했다.

화살나무, 산벚나무, 대나무, 대추나무, 모과나무…. "나무 찍어 벌어먹고 살았는데 나무한테 잘해줘야죠."

험준한 대관령을 누비며 한 컷 한 컷 공들여 찍은 새로운 사진 작품
사진가 배병우의 내 사진에 영감을 준 역사서
파주 헤이리 작업실 뒤뜰에서 뷰 카메라 곁에 선 배병우. 얼마 전 구입한 이 대형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나가
조만간 작업할 예정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정작 배병우의 오늘이 있게 한 소나무는 없다.

"심으려면 진짜 제대로 된 놈 데려오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허허." 뒷문 앞에 사료 담긴 밥그릇 네 개가 눈에 들어왔다.

"길고양이들 밥이에요. 오며 가며 먹으라고."

 

태풍 부는 날 찍은 제주 바다 풍경. 하얀 파도가 안개처럼 돌을 감쌌다.‘ 소나무 대가(大家)’로 알려졌지만 배병우에게
소나무만 있는 건 아니다. 여수 출신 그에게 바다는 어머니다. /배병우
 

40여년 산에서, 들에서 뒹굴며 사진 찍은 배병우다. 그 세월 동안 '자연'이라는 스승은 그에게 넉넉한

 마음 씀씀이를 가르친 모양이다.

 제28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오는 8일부터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여는 수상 기념전에서

 카메라로 만난 스승 '자연'을 펼쳐놓는다. 전시에 따로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이 나이에 상(賞) 받는 게 머쓱합니다. 그저 해온 것, 걸어온 길을 담담히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40년 외길… 사진가 최초 수상
밑둥치만 찍는 '소나무 사진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韓國美 표현
 

그가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 여기는 작품 중에서 대표작 15점을 건다. "소나무가 아버지라면 바다는 어머니"라는

그에게 소나무는 곧 경주고, 바다는 곧 제주다. 경주에서 찍은 소나무, 제주에서 찍은 오름과 바다가 반반씩 걸린다.


회심의 카드가 있다. 안쪽 작은 전시실에 걸리는 '암흑 속 소나무'다. 전시실을 깜깜하게 만들고 양쪽 면에 설치한

소나무 사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그러면 소나무가 은은하게 빛을 머금어, 마치 그가 소나무를 찍는

무렵인 동틀 녘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풍찬노숙(風餐露宿) 끝에 이른 새벽 소나무 밭에서 찰나의 빛을 만나는 순간을 관객들은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4월 프랑스 샹보르 성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시작해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전시 기법이다.

 

 

애써 그는 상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지만 '이중섭'의 무게가 어깨를 누르는 건 피할 수 없는 듯했다.

16년 전 얘기를 꺼냈다.

일 년 가야 눈(雪) 한 번 볼까 말까 한 여수 촌놈이 눈에 빠져 있을 때였다.

눈발이 날리자 카메라 들고 가평 유명산으로 향했다.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차가 눈길에 미끄러졌다. 가드레일을 넘어 몇 바퀴 돌아 차가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졌다.

정신을 잃었다가 몇 분 뒤 눈 떠보니 바위에 차가 걸려 있었다. 차는 다 찌그러졌는데 몸은 멀쩡했다.

 자동차 지붕에 있는 선루프로 겨우 빠져나와 트렁크에 있던 카메라로 사고 현장을 찍었다.

 

 

 

"사고 나기 한 해 전 세상 떠난 아내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당신은 나 따라 하늘나라 오지 말고

남아서 사진 찍고 애들 돌봐 줘요.'" 대학 동기에 생일마저 같은 아내는 "당신이 세계적인 작가가 되도록 돕겠다"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그 사건은 덤으로 얻은 인생을 오로지 사진에 전력투구하는 계기가 됐어요."

 

 

 

'이중섭상'은 그의 사진 인생에 잊지 못할 두 번째 '사건'이다. "엊그제 술자리에서 후배들이 그래요. 이중섭이

20년 더 살았으면, 김환기가 10년 더 살았으면 어땠을까 해요. 저는 이미 오래 살았고, 그런 미련이 남지 않도록

작업해야겠다 싶더군요." 그는 "이중섭상이 새 출발점이 돼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작업해서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몇 개라도 작품으로 남았으면 한다"며 스튜디오에 세워둔 오래된 대형 '뷰 카메라'

(주름상자가 달린 카메라)를 만졌다. 중형 파노라마 카메라를 주로 쓰는 그는 조만간 이 커다란 카메라를

짊어지고 나가 소나무를 찍을 거란다.  <김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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