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영화 <다마모에> 감상문
이름 박흔숙
날짜 2010/03/07 23:15:25 조회 428 추천 0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두 딸이 제 영혼의 비타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풍경처럼 제 인생을 든든히 받쳐주는 존재로 생각했지요. 가족들을 생각하면 따뜻함이 전해집니다. 저는 이렇게 흰 머리가 성성하니 생길 때까지 늘 가족들만을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에 대한 아쉬움이나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은 없었습니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제 모습이 보람찼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족들이 저에게 저만의 인생을 살 것을 요구하더라구요. 두 딸을 다 키워놓으니 이제는 저에게 “엄마도 엄마 인생을 살아. 이제 우리는 다 컸으니까 친구도 만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워요.” 하고 말합니다. 남편도 “이제 부엌에서 해방시켜 줄 테니까 밖에 나가서 놀기도 좀 해.” 하고 말합니다. 저를 위해서 하는 말인 줄 알지만 왠지 마냥 쓸쓸해지고 마음이 허해질 때, 영화 <다마모에>를 보게 되었습니다.

  딸의 손에 이끌려 보게 된 이 영화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도시코 아줌마의 평온한 일상은 꼭 내 하루를 보는 듯 했고, 남편의 죽음 후 애인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무너지는 도시코 아줌마를 보며, 왠지모를 분노가 느껴졌습니다. 그건 아마도 한 평생을 가정에 충실했던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분노가 아닐까 합니다. 동거하겠다고 집을 나간 딸과 아버지의 유산에만 관심이 있는 아들을 보며, 도시코 아줌마는 얼마나 크게 무너져야 했을까요? 저는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흰머리가 성성할 때까지 온 마음을 바쳐 노력했는데, 그 모든 것이 산산조각난 것입니다.

  도시코 아줌마가 캡슐호텔에서 돈을 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더는 참지 못하고 모든 것을 쏟아낼 때 저는 좀 울고 싶어졌습니다. 마음속으로, ‘그래, 그렇게 속으로만 꽁꽁 쌓아두면 병나요!’하고 고개 끄덕이며 도시코 아줌마를 응원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쉽게 낯선 남자에게 자신을 허락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저 낯선 남자가 도시코 아줌마의 마음에 만족을 줄 수는 없어! 이제 더 이상 도시코 아줌마는 남에게서 만족을 얻지는 않을텐데!’하며 안타까워했지요.

  하지만 제 생각보다도 도시코 아줌마는 훨씬 씩씩했습니다. 그 남자가 아줌마에게 바란 것은 욕정뿐이었고, 도시코 아줌마는 이 사실을 안 순간 망설임 없이 돌아섰지요. 골프를 배우겠다는 욕심도 내고, 오래되어서 무거운 프라이팬도 바꾸고, 벽지도 새로 칠하며 도시코 아줌마는 새로운 인생을 꿈꿔봅니다.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된 것이지요.

  흰머리가 성성한 저는 가끔씩, 왜 몸이 늙는 만큼 마음은 늙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몸은 기력이 쇠하고, 축 늘어지는데 마음은 여전히 소녀 같으니까요. 도시코 아줌마도 아마 그랬을 테지요. 나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꺼라고 말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설레고, 새롭고 멋진 인생을 꿈꾸니까요.

  영화를 좋아해서 알람까지 맞춰놓고 ‘오후의 명화’를 보던 도시코 아줌마는 하얀 장갑을 끼고 영화를 틀어주는 영사기사가 되기 위해 용기를 내 봅니다.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저 뒤에서 하얀 장갑을 낀 도시코 아줌마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저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쳐 주었습니다. 그것은 도시코 아줌마에게 드리는 박수이기도 했지만, 저 스스로에게 주는 박수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왠지 제 마음이 달라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가슴 깊은 곳에서 일렁였습니다. 팜플렛에 영화제목 다마모에는 ‘육체는 점점 쇠약해져가지만 영혼은 갈수록 불타 오른다’는 뜻이라고 써 있네요. 저를 포함한 이 땅의 모든 중년여성들에게 파이팅을 보내며, 이 말을 곱씹어봅니다. ‘영혼은 갈수록 불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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